항목 ID | GC09200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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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충청남도 금산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효경 |
[정의]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지역 특산물인 금산인삼과 천내강에서 어획한 어물 등으로 만들어 먹는 향과 영양이 가득한 음식 이야기.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금산분지의 충적 지대 등이 조화로운 금산군]
금산군은 충청남도 최남단에 있는 군으로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장수군과 접해 있다. 지세는 해발 500~600m 고지의 고산 지대로,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이 금산군의 중북부와 동남부를 지나 산계와 그 사이의 고원상분지(高原狀盆地)가 있어 일찍부터 인삼 재배의 적지로 알려졌다.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 본류가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 제원면의 천내리와 용화리 등을 지나 금산군을 관통하면서 ‘천내강(川內江)’이라 불리는데, 천내강 주변은 맑고 청정한 물길을 깊은 산이 줄을 지어 이어지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깨끗한 물에서는 쏘가리, 빠가사리, 피라미 등의 민물 어류가, 깊은 산중에서는 인삼과 약초가 많이 난다. 이처럼 산과 강이 조화로운 금산군에는 일찍이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가 발달하였다.
[금산의 대표 음식, 어죽과 도리뱅뱅이]
금산군의 동남쪽에서 동쪽으로 관통해 흐르는 금강 상류 주변 지역 주민들은 모내기와 김매기를 마친 후 모처럼 맞은 농한기에 천렵을 하며 놀았다. 강변에 솥을 걸고 갓 잡은 민물고기를 넣어 어죽을 쑤어 먹거나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한여름의 더위와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였다.
금강 상류에 속하는 금산군 제원면과 부리면을 관통해 흐르는 천내강의 상류에는 여전히 딸치[쉬리], 쏘가리, 피라미, 모래무지, 감돌고기, 메기, 박아[빠가사리] 등이 서식한다. 예나 지금이나 금산군의 금강 상류 지역에서는 어죽을 즐겨 먹는다. 청정한 금강 상류에만 서식하는 빠가사리와 피라미를 넣어 끓인 어죽은 여러 가지 물고기를 넣은 것보다 맛이 좋다. 과거에는 빠가사리만 넣고 끓인 어죽을 으뜸으로 쳤다. 인삼 주산지인 금산군의 어죽에 인삼을 썰어 넣은 것이 인삼어죽이다. 금산군 추부면에서 생산하는 특산물인 추부깻잎의 향을 더해 향과 맛의 절묘함을 느낄 수 있다.
어죽과 함께 유명한 음식이 도리뱅뱅이이다. 이름에서 무엇인가 둥글게 돌아가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는 도리뱅뱅이는 강에서 갓 잡은 신선한 피라미를 둥근 프라이팬에 돌려 담은 후 기름을 넣어 피라미를 튀겨 맛난 양념장을 뿌려 먹는 음식이다. 과거 수질이 좋던 시절에 손쉽게 잡던 피라미로 만들어 먹었지만 지금은 피라미의 수가 줄어 빙어로 대신한다. ‘도리뱅뱅이’라는 이름은 일본어의 도리[魚]와 둥글게 돌린 음식의 모양을 지칭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음식이 담긴 프라이팬이 상 위에서 빙빙 도는 모습을 흉내낸 것이라고도 한다. 가정식으로 먹던 음식이지만 지금은 금산을 찾는 이들이 더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인삼의 본고장인 금산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수삼을 잘라 장식하기도 한다.
인삼어죽을 특화해 판매하는 금강 주변의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와 천내리 일대를 ‘금산어죽마을’이라 부른다. 금산IC를 나와 제원대교를 건너기 전의 저곡리 개티마을과 제원대교 건너 천내리 원골마을 주변에 어죽 식당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어죽마을 주변 길가의 논과 밭에는 인삼밭의 삼장이 쉽게 눈에 띈다. 이 일대는 금산군 내에서 자연환경이 절경을 이루므로, 금강 상류의 산과 강의 풍광과 어죽의 구수함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금산하면 인삼, 인삼하면 금산]
인삼의 영양은 생육 환경, 지리적 조건, 채취 기간 등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 금산군은 일교차가 크고, 촘촘하게 심지만 햇빛을 충분히 받도록 해가림막을 설치하고, 한여름인 7월에 채취해 10월까지 가공한다. 다른 지역 인삼과 달리 금산인삼은 여름에 채취한 여름인삼으로 사포닌 함량이 높아 약효 성분이 월등히 좋다. 금산인삼은 몸이 길고, 단단하고, 색이 흰데, 이것을 구부려 곡삼(曲蔘)으로 가공해 형태적으로도 특별하다. 전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 시스템, 생물 다양성, 전통 농업 지식 등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금산전통인삼농업이 등재되었다.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금성면 화림리·상가리·파초리 등의 금산분지 주변 구릉지에서 생산되는 금산인삼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왔다.
금산군에서는 1,500년 전부터 인삼을 재배하였다. 금산 지역민은 흠이 난 ‘썩삼’을 식재료로 활용하였다. 인삼 주산지이기에 인삼과 관련한 먹거리가 다양하다. 인삼의 가장 흔한 활용법은 미삼이나 생삼을 물을 넣고 달여서 차로 마시는 방법과 닭죽을 쑬 때 인삼을 넣어 삼계탕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1980년대 이후 금산인삼축제를 개최하면서 인삼의 우수성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인삼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먹거리가 개발되었다. 인삼을 넣어 발효한 인삼막걸리, 다양한 방식으로 인삼을 조리한 인삼 한정식, 인삼을 설탕이나 꿀에 졸인 인삼정과, 인삼을 튀긴 인삼튀김, 인삼고추장구이, 인삼을 넣어 발효시킨 인삼식혜와 인삼수정과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인삼을 넣어 발효한 후 증류한 인삼주는 가양주로 내려오던 것으로, 인삼을 소주에 담가 침출한 인삼주와 약효와 맛이 다르며, 인삼의 유효성분이 침출된 맑은 술에 그윽한 인삼향이 더해져 애주가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인삼의 주산지 중 하나인 금산군은 직접 생산한 인삼을 주재료 혹은 부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영양과 맛을 더하였다. 특히 웰빙 시대를 맞아 건강 관리를 위해 인삼을 가공해 만든 다양한 홍삼과 흑삼 등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건강을 얻기 위해 먹는 인삼은 인삼 특유의 향기와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이들이 찾는 주요 메뉴이다.
[금산의 스테디셀러, 추부깻잎과 추어탕]
금산분지와 산지의 실개천과 논에는 미꾸라지가 많다. 현재 금산군의 음식점 중 유독 눈에 띄는 상호가 ‘추어탕’과 ‘추부깻잎’이다. 추어탕은 강변이나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만든 것으로,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의 대표 음식이다. 금강 지류가 흐르지만 본류는 흐르지 않아 지천과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이용해 탕을 끓였다. 금산 인근의 대전 등지에서 시골의 정취와 토속 음식의 맛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일대는 ‘금산추어탕특구’이다.
추어탕을 만들려면 우선 물이 담긴 솥에 미꾸라지를 담아 한두 시간 정도 끓인다. 푹 고아지면 채에 미꾸라지를 뜬 후 주걱으로 살을 으깨서 뺀다. 미꾸라지를 체에 걸러 빼낸 살을 솥에 넣고, 고추장, 깻잎, 갖은양념 등을 넣고 푹 끓인다. 추어탕이 끓으면 그릇에 담아 기호에 따라 생강, 부추, 산초 간 것 등을 얹어 먹는다. 최근 음식점에서는 미꾸라지 살을 체에 걸러 전통 방식으로 끓인 추어탕과 미꾸라지를 으깨지 않고 통째로 끓인 추어탕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으깨서 만든 추어탕은 ‘시골 추어탕’이라 하고, 통째 넣은 것은 ‘통 추어탕’이라 부른다.
깻잎 하면 가장 먼저 추부면에서 생산하는 추부깻잎을 떠올린다. 깻잎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부농협이 주관하여 작목반과 더불어 유기농 깻잎을 생산하고 있다. 추부깻잎은 전국 깻잎 생산량의 42%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이며, 농작물의 우수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2006년 GAP 인증 잎들깨 재배하였고, 농산물 이력 추적제, 지리적 표시제 등의 인증을 획득하였다. 추부깻잎은 철저한 검사와 관리 속에서 생산되므로 짙은 향과 더불어 안전한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금산군에서는 2015년에 전국 엽채류 가운데 최초로 금산추부깻잎특구를 지정하여 우수한 품질의 깻잎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금산 음식의 세계화]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한 판소리 명창의 외침처럼 금산군의 음식은 금산군민에게는 더없이 친숙하고 좋다. 금산군민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금산군의 토속 음식은 청정 지역 금산군의 산과 강 등의 창작물이다.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금강을 둘러싸고 있는 고지의 청정한 공기를 먹고 자란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금산군민의 오랜 노력이 어우러져 가치와 영양이 평가를 받기 시작하였다. 금산군에서는 금산군의 토속 음식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금산인삼 산업이 발전하면서 금산인삼의 효능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금산국제인삼축제에 선보일 다양한 인삼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7월에 개최한 금산삼계탕축제에 외국인 유학생 팸 투어를 실시해 잠재적 해외 관광객을 확보하고, 금산인삼을 홍보하는 기회를 얻었다. 인삼의 효능과 약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금산인삼축제를 즐기러 찾아오는 외국인의 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 세계화에 한 발자국 나아갔다. 인삼뿐만 아니라 추부깻잎, 어죽, 도리뱅뱅이 등의 금산군의 영양과 맛과 향을 지닌 금산군의 토속음식도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를 통해 금산의 고유한 향과 영양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