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20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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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祭 |
이칭/별칭 | 노제,길산제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금산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종익 |
[정의]
충청남도 금산 지역에서 거리신께 재액과 질병 퇴치를 기원하며 지내는 마을 제사.
[개설]
금산 지역의 거리제는 노신(路神)에게 마을로 들어오는 질병이나 잡귀를 막아 달라는 뜻으로 지내는 제사이다. 거리제는 대부분 마을 입구의 길목에서 지내는데, 이처럼 마을 입구에서 거리제를 지내는 것은 길의 신에게 마을을 지켜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노제(路祭) 또는 길산제라고도 한다.
금산 지역 거리제의 제장 표지 가운데 일반적인 것은 선돌[立石]이다. 1m 또는 그 이상의 길쭉한 돌을 마을 입구에 세워 노신의 표지로 삼는다. 마을 입구에 수목을 세워 놓고 그곳에서 거리제를 지내는 사례도 있고 솟대나 장승을 세워 놓고 거리제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또 아무런 표지물 없이 길목을 거리제장으로 삼아 제사 지내는 마을도 적지 않다.
거리제는 대개 정초부터 보름 사이에 지낸다. 예전에는 길일을 택일하여 지내는 전통이 있었으나 근래에는 붙박이 날을 정하여 제사를 지낸다. 근래 다수 마을에서 정월 열나흘이나 보름에 거리제를 지내고 있다. 예전에는 자시[밤 11시~오전 1시]에 산신제를 지내고 새벽에 마을로 내려와 거리제를 지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산신제를 중단하는 마을이 늘어나면서 거리제 제의 시간이 낮 시간대로 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절차]
거리제를 지내기 위해 선행하는 일은 제관을 정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제관 선정은 마을에서 부정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생기복덕(生氣福德)을 보았다. 그리하여 제의 날짜에 호응하는 사주를 가진 이가 제관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선정된 제관은 제의를 지내기까지 근신 생활을 하였다. 집 대문에 왼새끼를 걸어 두었고 대문 앞에 황토를 놓아 부정을 차단하였다. 이 외에 부부 관계 금지, 상갓집 출입 금지, 살생 금지, 비린 음식 금지, 음주 금지, 이웃과 다툼 금지 등 여러 금기를 지켰다. 특히 몸을 청결히 해야 한다고 하여 개울의 얼음을 깨고 찬물로 목욕도 하였다.
근래 제관 선정에 있어서 생기복덕을 보는 사례는 거의 없다. 두세 집을 묶어 돌아가면서 제관을 맡는 사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사례는 이장이나 노인회장을 당연직 제관으로 정하는 것이다. 금산 지역 거리제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부녀회가 제물을 준비하고 제관 역시 부녀회 원로 회원을 내세운다.
근래 거리제는 대부분 낮 시간에 지낸다. 크게 오전에 지내는 마을과 오후에 지내는 마을로 나눌 수 있으나 제의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의는 제물 진설, 제관 헌주 배례, 축관 고축, 주민 헌주 배례, 소지 올림의 순으로 진행된다. 마을의 길목이나 선돌 전면에 상을 놓고 제물을 진설한 뒤 초헌관이 나와 술을 올리고 재배한다. 이때 축을 읽기도 하는데 ‘재액이나 질병 퇴치, 교통 무사고를 기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헌관을 초헌, 아헌, 종헌으로 나누어 정하는 마을도 있고 이장과 노인회장의 헌주례를 마친 뒤 마을 주민들이 나와서 헌주례를 진행하는 마을도 있다.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창평리 양지말의 경우 이장과 새마을 지도자가 술을 올린 뒤 마을의 여성 주민 10여 명이 차례로 나와 술을 올린다.
근래 의례의 진행에서 빠지지 않는 풍속도가 헌금이다. 술 올리기를 원하는 주민들은 남녀 구분 없이 의레 상 위에 놓인 돼지의 입에 돈이 든 봉투를 물린다. 그리고는 부복하여 술을 올린다. 이렇게 헌주례가 끝나면 소지를 올린다. 전에는 헌관이 주민 소지를 올려 주었으나 근래에는 주민들이 직접 올리는 것이 대세이다. 곧 제관은 대동소지를 통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주민소지는 제의에 참석한 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주민 개개인이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지 올림 과정을 마치면서 거리제 또한 갈무리된다. 이후 주민들이 음복을 하고 거리제를 마친다.